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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지속] 연구서를 기획하며

 

 원애경(기획, PROJECT 객원 디렉터)

 

Ⅰ. 

                                                 

이 연구서는 [이용덕의 역상조각(Inverted Sculpture) ‘순간의 지속’] 전시와 연계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다루어진 그의 조형 세계와 창작개념의 연구에 이어서 보다 심층적으로 접근한 연구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즉 역상조각의 특징 ‘미술사에 비춰 본 역상조각이 갖는 미학적 관심’ ‘사진과 묘사적 재현의 상호 연계성과 의의’, ‘시지각적 인지 영역의 새로운 개척’ 등에 대한 이해와 기존 미술사에서 발견되지 않는 독자적인 표현형식인 역상조각의 조형원리 및 작품 평론 등 다각도의 시점에서 조망되는 요소들을 분석하여 역상조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이용덕은 처음 역상조각을 실험하고 작품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1984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작과 발표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의 사유 구조를 역상조각 작품의 독특한 형식을 통해 살펴보고, 인간 형상에 대한 사실주의적인 재현기법, 다양한 형식의 조형 실험, 변화된 후기 역상조각까지의 미학적 표현 등을 고찰하여 감상자와 작가가 공유하는 주관적 감정과 사념의 의미도 찾아가기를 기대한다.

 

이용덕의 역상조각은 인간의 모습이 평면에서 안으로 오목 들어가게 표현된다. 이 인물을 보면, 섬세한 조각적 표현을 보여주고 있으며, 인물이 자리한 평면 즉 배경은 단순하게 축약된 회화적 조형 요소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물 형상 조각을 보면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수작업을 통하여 세밀한 재현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시대에 보기 드문 탁월한 장인(匠人)적 기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는데 특히 사진의 원리와 현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동시대 미술이 갖는 새롭고 독특한 작품 형식을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용덕의 역상조각 작품들은 인간의 형상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그가 인간의 순간적 모습을 통하여 사유적인 질문을 풀어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예술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인물에 관한 관심은 최근 인터뷰를 통하여, “네가 만약에 딱 한 작품만 만들고 죽어야 한다면, 무엇을 만들겠니? 나 자신에게 질문해보니, 인간을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인간의 내면이 어떤 것인지, 인간이 가진 그 순간순간의 모습에 드러나는 어떤 존재적인 의미나 가치가 한순간의 모습에 스며들게 만드는, 그런 것들을 만들고 싶다.”라고 밝히고 있다.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미술이론가들과 전시기획자들이 ‘이용덕의 역상조각’을 중심으로 조망한 다양한 관점의 글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 연구서를 통하여, 이용덕의 역상 조각이라는 독자적 표현형식이 갖는 미술사적 의의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동시대 미술의 실험적인 작업의 성과와 의미를 좀 더 가깝게 이해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출판의 모든 기획과정을 함께 해주신 토탈미술관과 이용덕 역상조각 연구에 바쁜 일정 중 집필에 참여해주신 여러 연구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Ⅱ. 

2024년 6월 토탈미술관 기획전시 <순간의 지속–THE MOMENT NOT A MOMENT> 가 

개최된 바 있다.

 

역상(易像)으로 된 조각이라 불리는 독특한 표현형식을 통해 국내외 미술계의 중심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이용덕의 대표작과 드로잉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였다.

이 개인전은 그가 1984년 역상조각 형식의 작품을 최초로 실험하기 시작한 이후로 현재까지 40여 년에 걸친 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고, 이에 대하여 학술 심포지엄이 함께 열렸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자신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표현형식인 ‘역상조각’을 창안하여 ‘오목과 볼록’ ‘음과 양’ ‘현실과 비현실’ ‘존재와 비존재’라는 상호 대응하는 공존상태를 시각화하는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전개해 오고 있다. 전통적 조각이 물질로 구축된 3차원 입체를 통해서 형상(Figure)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당연한 필요충분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이용덕의 ‘역상조각’은 입체를 역으로 뒤집어(invert) 부피가 없으면서 형상을 표현하는 조각의 새로운 형식을 구축하였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인식과 존재에 관한 질문을 포괄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과 함께 개최되었던 학술 심포지엄 <순간의 지속-THE MOMENT NOT A MOMENT>를 통해 여러 명의 현대미술 이론가가 이용덕의 역상조각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분석하여, 조형적 독창성과 미술사적 흐름에서 조망되는 의의를 찾아가는 등 중요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는 심포지엄에서 발표하였던 연구자들과 추가로 다른 연구자도 함께 참여하여 모은 글을 통해 ‘역상조각과 작가 이용덕의 작품세계’에 집중한 연구서로 출판하게 되었다. 

 

본 연구서에서는 이용덕의 예술세계, 역상조각의 작품분석과 조형의 특징 예술학적 이론의 근간을 해석 그의 작품 구조와 의미를 살펴보고 있는데, 역상조각 작품에 중요한 특징은 한국 현대 미술의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세대의 작가로 어느 유파와도 다른 독자적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체를 주로 소재로 조각한다는 것과 이를 사실적 재현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외관적 특징으로 보아, 고전주의적 작품 경향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를 진행해가는 정교한 논리적 구축이나 맥락을 살펴보면 개념 미술이 갖는 특성을 매우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1]나는 “인물들의 순간들이 과거로 사라지는 것을 포착하여 ‘영원히 그 순간’을 저장해 놓고자 작품을 제작한다. 나의 작품에 저장된 그들은 ‘그 개인 고유의 정체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금, 이 순간 갖게 되는 ‘행동의 정체성’이 중요하다. 나는 사라져 가는 인물들이 작품 안에서 기억되는 과거를 저장해서, 우리와 함께 ‘영원히 현재’에 머물게 하고 싶은 것이다.

‘순간의 지속’은 무시간 무공간의 조건 속에서, 현재라는 시공간 속에 실체로서 과거의 순간을 드러내어 영속시키고자 하는 것이 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용덕

 

 

 

이용덕의 역상조각은 조각의 기법 측면에서 살펴보면, 평면에서 안으로 오목 들어간 ‘네거티브(concave)’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포지티브’ 즉 양각인 것처럼 인지되는 시각적 착오를 일으키는 현상이 있다. 즉 역상조각은 음각으로 새겨진 조각이지만, 양감으로 느껴지는 독특한 표현형식이며, 안으로 파여진 음각을 통해 밖으로 튀어나온 양각의 효과를 내는 반전(invert)기법이다. 조각이란 당연히 입체(양각), 즉 포지티브로 새겨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거꾸로 뒤집은 조각이 탄생하는 놀라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미술작품에서 발견되지 않는 특이한 조각 형식이라 볼 수 있는데, 관객의 움직임, 접근 거리, 조명의 조건에 따라서 음각이 양각의 효과로 반전되어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변적 착시효과는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 표현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역상조각이 갖는 주요한 논점들을 다루고 있는데, 여러 연구자들의 글을 짧은 지면에 모두 함께 다루어 볼 수 없겠지만, 정연심 교수는 역상조각의 오목 들어간, 즉 ‘흔적’을 전재로 한 조형적 요소에 주목하고, 무언가의 서사적 지표성(indexicality)으로 이해하고 분석해서 시대적 흐름에서 지표성을 통해 마르셸 뒤샹과 비평적 관계를 띈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요약하면, ‘마르셸 뒤샹의 작품과 이용덕의 역상조각이 포착하고자 했던 지표적 ‘앵포르망스’ (informince)과 같은 원리를 지닌다는 것을 다루고 있는데, 뒤샹의 앵포르망스는 순간적이고 찰나적으로 존재하는 것, 육안으로 쉽게 볼 수 없으나 스쳐지나가는 순간 (fleeting moment)을 포착하는 것, 이용덕의 앵포르망스는 인덱스적인 파노라마를 통해 역상조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서, 지표적 특징을 내세운 이용덕의 역상조각이 흥미로운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조각이 재현의 논리에 갇혔던 한국구상조각이나 전통인체조각에 균열을 내는 개념적, 시각방식으로 그는 오직 그 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위의 글을 살펴보면서 그의 조각에서 연구된 지표성의 개념과 조각의 표면에 현재라는 선적인 시간성으로 규정한 ‘역상’을 통해서 그 특유의 방법론을 구현해 나간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Kate Lim(케이트 림)의 평론에는 이용덕의 역상조각을 2.5차원의 조각이라 명명하며 서술하고 있는데, 이 평론 글을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역상조각은 회화를 꿈꾸는 조각이자 조각을 꿈꾸는 회화로 느껴진다. 기억의 방식을 반영하고 있는 그의 조각은 3차원의 조각 틀에서 넣어 설명할 수 없다. 음각이 양각적 환영으로 드러날 때 미묘한 음영과 윤곽선으로 구성된 그림 같은 이미지를 보게 된다. 움푹 파진 음각이라는 3차원의 배경 위에 각도와 높낮이, 색깔 등을 결합해서 회화보다 강렬한 입체감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회화의 2차원 입체감은 정지되어 있지만 역상조각의 입체감은 보는 위치에 따라 생겨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생명체’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용덕의 역상조각은 ‘무/없는 것’을 통해 ‘유/있는 것’이 반증되는 모순적 상호의존성의 구조로 되어 있다. ‘무’와 ‘유’를 양분하지 않고 ‘현존과 부재’의 동시적 구조로 보여줌으로써, 일상 속 인물들로부터 ‘포착된 순간’이 무심하게 의식의 표면을 스쳐 과거 속으로 사라져가는 대신, 우리가 존재하는 현재 속에 함께 ‘포착된 순간이 지속’하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연구서의 타이틀로 제시된 <순간의 지속>은 ’인간의 삶에서 포착된 순간의 모습‘, ’과거로 사라지는 순간의 모습들을 포착하여 현재의 상태로 지속하기‘라고 하는 작가의 작업 의도를 함의하고 있다. 그는 일상을 영위하는 평범한 인물들의 모습에서, 예를 들어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생명력 넘치는 동작들과 신체를 감싸고 움직이는 옷 주름들의 향연에서 포착되는 순간의 모습을 지속적 현재 상태로 작품화하는 의지를 지칭하는 것이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영화이론 개념을 빌자면, 일상적 사물들의 이미지를 하나의 줄거리처럼 재구성하는 대신, 그것을 현재 속에 고정된 ‘하나의 시공간적 결정(Crystal)’ 그 자체로 나타내는 것이다. 

 

 

Ⅲ.

이용덕은 국내외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활발한 전시를 통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전개해 나가고 있는데, 독일 베를린 슐뮤지엄, 국립 중국미술관 베이징, 상하이 다륜미술관, 마카오미술관, 서울 시립미술관 외 다수의 글로벌한 활동으로 그 작품세계를 주목받고 있다. 

조각가 이용덕의 작품은 전통적인 기념비 조각에서부터 현대의 실험적 설치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의 확장이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는 공공작품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작품들을 다수 제작하였는데, 안중근의사상(남산, 안중근 기념관), 유관순열사상(삼일공원), 김수환추기경상, 프란치스코교황상(명동성당), 정주영〮 〮정신영 형제상(관훈클럽) 외 많은 역사적 인물의 조각상과 기념비가 그 예이다. 

이러한 예술적 경험들은 그 공간을 수용하는 관람자의 시선으로 우리와 함께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용덕의 초기 대표적인 공공작품(Public Art), ‘백마도약상’ 숭실대학교 상징탑(1991년)은 당시 30대 젊은 작가였던 그가 작품 제작을 위해 이탈리아 까라라 현지에서 비앙코 대리석(Marble)으로 제작하여 서울로 작품을 운송 설치한 그의 초기 공공미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조각 기법을 사용한 강렬한 조형적 표현으로 제작된 거대한 대리석 조각 작품이다. 큰 스케일과 디테일의 조화, 역동적인 백마들의 도약하는 모습을 작품으로 제작하였다. 기술적 성취뿐 아니라 백마군상의 무리가 힘차게 달리는 ‘전진, 도약, 상승’을 박진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미래의 이상을 향한 진취적인 상향의지를 표현하였다. ‘백마도약상’이 보여주는 말의 긴장된 근육, 골격까지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사실적 역동성의 힘이 뛰어난 작품이다. 

 

대리석의 표면은 거칠고 긴장감이 넘치는 기법으로 표현되어있다. 달리는 말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근육이 정교하고 힘 있게 조각되어있다. 이는 전통적인 기법과 함께 강렬한 조형적 표현으로 제작된 재료의 특별한 가치를 역동적인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미적 해석과 뛰어난 해부학적 이해를 반영한 예술적 시도가 특징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고전 조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자 한 시공간의 표현과 그의 조각 기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품의 점층적으로 확산하는 구조는 미래를 향한 대학교 인재들의 발전상을 상징한다. 또한 조형적으로 가운데 끊어진 부분은 남북 분단으로 단절된 역사를 의미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서 확산하는 형태는, 평양에서 개교했던 학교를 떠나 서울에서 학교를 재건한 역사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향한 현재를 의미한다. 분단의 현실에 통일된 미래의 희망을 생각하고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그의 작품은 역상조각과 궤를 함께하는 조형 개념으로 ‘실루엣’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음과 양이 평면으로 수렴하여, 평면 위에 최종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실루엣은 ‘오목과 볼록’을 모두 동시에 수용하는 조형 현상이다. 이러한 실루엣을 조형 개념으로 도입해 제작된 집적기법(Stack Sculpture) 작품들을 살펴보면, 2014년 중국 베이징에 전시했던 [만남-복종,encounter-submission] 작품은 798 Art Factory에서 MDF 판넬 500장을 대여하여 조립 설치하였고, 전시 종료 후 다시 해체하여 원재료 상태로 되돌려 주었다. 이 작품의 시리즈로 포항에서 제작된 공공작품 [만남 2017]은 16mm 두께의 철강 원판을 집적조각(stack sculpture) 기법으로 쌓아 만든 거대한 조각으로서 재료의 도입, 표현형식 등 그 특징이 공공작품의 특이한 사례를 보여준 작품으로서, 이러한 작품들은 그가 평소 역상조각에서 보여준 ‘존재와 비존재’, ‘음과 양’의 동시적 병치로 보여주는 실루엣을 모티브로 하여 공공미술의 영역에서도 실현한 것이다. 

 

최근 제작된 2023년 작품 [위대한 결집]은 용산 로카우스(ROKAUS) 앞에 영구 설치된 작품으로서, 네 개의 직선 막대를 단순히 쌓아 올리는 기법만으로 4면에 실루엣이 생성되는 형태를 통해 군인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빛의 조건이나 시선의 위치에 따라 수없이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덕의 야외 설치작품에서 보이는 특유의 조형적 실험으로서 단일한 조형 요소를 단순히 집적하는 방법을 통하여 실루엣이 나타나고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 변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쌓는 방법만으로 복잡하고 섬세한 형상을 이루는 기법은 이용덕의 독창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의 중요한 의의는 전통적 입체 조각과는 매우 다른 조형적 성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공공작품을 포함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모색한 그의 역상조각과 실루엣의 필연적 맥락 관계의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게 변용 확장되는 작업에 대한 분석과 조망이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로서의 위치 진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용덕의 작품에 고유하게 나타나 있는 조형적 특징 중 하나는 ‘손의 터치’, 즉 손과 흙의 직접적 접촉의 감각을 통해 인체의 형상을 제작하여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흙의 물질감이 첨단 미디어 표현기법과 맞닿아 공존하고 확산해 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용덕 작품 전시와 심포지엄을 통해 살펴 본 미술사적 의미에 대한 연구가 이 책의 필요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이해되는데, 그 기조를 몇 가지로 간략히 살펴보면,

 

1. 이용덕은 표현형식과 기법, 소재의 측면에서, 현재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 편입되지 않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표현형식과 조형 요소를 기반으로 작업을 전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동시대 미술계에서 금기시하는 특징을 많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미술계의 높은 관심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근거를 진단해 보는 것이었다.

 

2. 이전의 미술사에서 발견되지 않는 독창적인 표현기법으로서, 이용덕이 최초 1984년경 연구가 시작되어 다양한 진화를 거쳐 오늘날 이용덕의 ‘역상조각’이라 명명된 독자적 표현형식의 시작과 전개에 관하여 객관화하는 미학적인 분석과 미술사적 위치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3. 이용덕 작품에서 두드러진 표현 형식이 역상조각이라 대표되고 있지만, 이는 실루엣이라는 조형적 사유가 함께 조응하며 전개되는 상호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각적이고 조형적인 특성들은, 미술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철학이나 과학, 인지 심리학 등의 다른 장르에서도 통찰되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며, 연구된 논지가 활용되어 이어지는 다른 분야의 연구에 단초가 되어주기를 기대하는 측면도 유의미한 것이다.

 

이처럼 연구서가 출판 된 것은 <순간의 지속> 망각 속에 소멸해버리는 일상의 기억을 세심하게 표현하고 ‘비운다는 것이 곧 채우는 것이다’라는 그의 철학적 탐구를 공감하고 공유하는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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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원애경은 미국뉴욕 프랫인스티튜트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작가로 31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주요그룹전을 통해 활동하였으며 큐레이터, 프로젝트 객원디렉터로 주요전시를 기획하였다. 이알디 조형연구소 운영위원(2024~) 으로 공공미술에 대한 연구와 한국현대미술 1세대 대표작가 최만린 스튜디오 디렉터(2012~2020)를 역임했다. 또한 이용덕<순간의 지속>2024 전시를 기획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였다.

 

[1] 2024 이용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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