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덕 역상조각: 지표성에 대한 비평
정연심(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이용덕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역상조각’이라는 영역을 만들어 조각사에서 새로운 실험을 주도했다. 이러한 역상조각에 대한 비평적인 텍스트는 주요 평론가들의 글을 통해 다수 발견된다. 하지만 이용덕의 역상조각에서 가장 주축이 되는 네거티브 스페이스(음각)의 물리적 조건이나 그가 작업 과정 중 중요하게 다루는 사진과의 관계, 그리고 그와 궤를 같이하는 지표성(indexicality)에 대한 언급이나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1984-5년부터 이용덕은 ‘현상전(現像展, Present-Image)’에 참여하며 김영원 등과 같은 조각가들과 함께 한국의 근현대 모더니즘 조각이나 추상조각과는 다른 새로운 조각실험에 임하게 된다. 당시 이시기에는 모더니즘과 민중미술의 논쟁과 토론이 미술계의 큰 쟁점이 되었고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이 국내에 들어오는 시기였다. 그는 모더니즘 미학도, ‘현실과 발언’이 주장했던 민중미술에서도 새롭게 찾고 있던 조각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이용덕의 작품은 1990년대 독일 유학을 기준으로 이전 시기와 이후 시기로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 유학을 가기 이전의 초기작업은 인체를 중심으로 한 변형에 가까운 것으로,1) 독일 유학 이후 국내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는 설치적 요소가 이전에 비해서 가장 눈에 두드러지게 등장하지만, 인체는 여전히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1980년대 후반 조각들인 <가을의 사념에서>, <땅으로부터>, <하늘에 말뚝 박기>등과 같은 초기조각이나2) <wake up>(drawing,1986),<the threshold>(1996)과 같은 드로잉은 이후 그의 작업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개념과 과정들이 중요하게 제시된다. 예를 들면
<가을의 사념에서> 오른쪽에 있는 인물은 왼쪽에 있는 두 인물상에 비해서 좌대와 인체 구성이 평면화 과정을 거치며 <하늘에 말뚝 박기> 작품의 경우에는 비상하는 것 같은 인물이 날아오르는 듯한 움직임을 구성한다. < wake up >은 인체가 조각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초현실주의적인 형상을 보여주거나 경계에선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전적인 <the threshold>도 드로잉이지만 여기와 저기, 양각과 음각, 이차원과 삼차원의 여러 경계적 속성을 보여주는 그의 작업 특징을 드러낸다. 서로 다른 차원과 양가적 요소는
<mirroring>(1995, 240x40x120cm, dyed plaster, wood) 등과 같은 서로 반추하거나 마주하여 하나의 페어링(pairing)이나 더블(double)을 구성하는 조각에서도 엿보인다.
공간예술로서의 조각에서 제한될 수 밖에 없었던 시간의 속성이 평면성과 추상적인 조형성을 통해 모호하게 위치하는 ‘과정으로서의 예술’을 보여준다. 그의 초기 작업에 대한 작가노트 중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 다음과 같은데 조각을 통해 사물을 관찰하고 그리고, 또 기억으로 치환하려는 비평적 과정이 담겨있다:“...어둠으로 구멍이 난 창문이 비치고 높은 하늘의 구름도 담겼다. 신비한 기억들이 ‘내가 그리는 눈’에 쉽게 만족할 리가 없다. 그리고 또 그리고, 관찰하고 ‘눈 그리기’는 계속되었다. 그 시절부터 내가 본 모든 것은 나의 기억 속으로 스며들어 언제든지 되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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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 「인간의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게임 - <존재의 양면에서– 이용덕 전>6.10-7.9, 모란미술관」, 『미술세계』, 188호 (2000년 6월), pp.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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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석, 「[젊은 작가] 관념적 일상의 현현(顯現) – 조각가 이용덕」, 『미술세계』, 49호 (1988년 11월), pp7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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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 p.73.
‘인체’는 세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가장 근원적인 ‘창’이자 ‘장(場)’이었으며 여기에 새로운 차원, 혹은 인지하지만,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제 3의 무엇인가를 매개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아직 ‘역상조각’이라는 이름으로 인식되지 못했던 초기조각이었지만 그에게 이는 새로운 형식인 동시에 내용이며 형식과 내용이 서로를 지탱하는 동시에 ‘매개’해주는 중간지대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역상조각의 기원에는 인체와 제 3의 그 무엇이라는 구성요소가 등장하는데 1983년에는 가장 초기의 작업이 제작된다.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용덕의 역상 작업이 제작되는 과정이 사진이 매개되어 있다는 점에 특이성을 발견하며, 이러한 개념적 여정 안에 인체라는 조형적 요소가 개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초반에는 추상양식과 그 흐름을 같이하는 조각들이 대세를 이루었다.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조각은 장소나 비장소를 중심으로 한 설치미술로 확장되어 갔지만 인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포스트 모더니즘이나 개념적 설치미술, 동시대 조각(혹은 조각적 설치)에서 인체는 전통의 잔여물처럼 배격되거나 전통의 방식을 와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뤄졌다.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조각,제프 쿤스(Jeff Koons)의 조각, 두안 핸슨(Duane Hanson)의 작업에서도 인체가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이 작가들이 내세우는 새로움이란 모더니즘 조각에 대한 반격이나 현 사회에 대한 풍자, 혹은 팝적인 아이콘, 하이퍼 리얼리즘적인 문맥으로 동시대 소비문화를 대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용덕의 인체조각, 혹은 역상조각은 이러한 조각들과는 완전히 다른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그것은 조각의 양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조각의 네거티브 스페이스에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조각의 언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조각의 네거티브 스페이스는 사실 현대조각의 흐름 안에서는 작가마다 집중하는 주제나 내용은 달랐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언캐니한 조각을 들 수 있다. 구멍을 파냄으로써, 벽이나 바닥의 균열을 만들어 여기에 관람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언캐니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대지미술가로 영문학과 조각을 공부했던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는 자연/대지에서 땅을 파내는 행위를 통해 <이중 부정(Double Negative)>이나 <De-pression>이라는 음각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 나가며 미국의 먼 오지에서 새로운 도시를 구축해 나갔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은 모두 조각 그 자체에 집중하는 행위에 몰입했다.
이들과 달리 이용덕의 역상조각은 실제 이 작품이 사진은 아니지만 사진적 행위나 사진의 특징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등장한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순간’에 집중하면서 순간이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고 밝힌다.4 ) ‘천’이 날아가는 것, 옷감이 가진 조건, 바람이 부는 조건, 이 모든 것들이 함께하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조각, 혹은 역상조각을 통해 포착하고 싶은 것이며, 그것은 결국 지금이라는 현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누르는 순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둘러싼 ‘기억’이라는 사이 공간과 시간성에 이러한 요소들이 함께 있을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것이 역상조각이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인 것인데, 엄격하게 말하면 현재라는 시간과 롤랑 바르트가 말했던 사진을 찍는 순간 현재분사가 되는 (it-has-been/ça-a-été;noème 우리말에는 현재분사의 시간성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과거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사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초창기에 이용덕이 ‘현상’이라는 그룹전에 참여한 이유도 즉물적인 사물의 현상이 아니라 사물의 다른 시간성과 공간성을 모색하는 그룹의 특징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용덕의 역상조각은 사진을 찍은 다음 그 사진을 보고 여러 차원을 오가는 과정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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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6일 이용덕 작가와의 인터뷰.
그 사물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 물질 등을 여러 각도에서 보면서 음각의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작가가 몸을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서 서서 작업한다면 여러 차원과 깊이를 마주할 수 없으므로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 위치, 자세는 시시각각 바뀔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점차 물질은 사라지고 (즉 평평했던 공간이 파이면서 네거티브 스페이스가 형성), 빈 덩어리가 남게 된다. 마치 우리가 아날로그 사진 필름의 음영, 그 흔적을 보면서 실제사물이 한때 있었던 시간성과 기억을 반추하는 것과 비슷한 시각적, 혹은 사진적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회화나 (전통)조각과 달리 매체적인 면에서 사진은 우리의 과거 기억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매체로, 이용덕이 집중해 온 역상조각 제작과정이 사진을 찍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점은 매체적인 면에서도 흥미롭다. 왜냐하면 그의 역상조각은 평면과 입체, 조각의 안팎, 네거티브 스페이스와 포지티브 스페이스를 오가며 결국 리얼리티(현실)과 기억의 간극을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역상조각이 집중하는 ‘순간’의 모습, 작가가 말하는 “threshold”이다. 그것은 현실에서는 쉽게 알 수 없는 역상조각만이 함께할 수 있는 동시적 시간성이자 공간성이며, 이것은 영원하고 불멸의 시간이 아니라 한 순간 지나가는 속성을 지니며 작가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는 “음양, 색즉시공”을 표현하는 것인 동시에 비물질과 물질의 양가적인 속성을 함께 지닌다. 그러니까, 이용덕의 역상조각은 사진이 찍히는 비물질적인 과정과 이것이 인화되는(printed or marked) 물질적인 과정과의 유사성을 함께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은 그의 역상조각뿐 아니라 그가 베를린에서 제작했던 <kl.k.7d 24. 10. 1920 berlin>(1995, 65x55x150cm; each 33pcs, terra-cotta, plaster) 설치 작업을 살펴보면 1920년 10월 24일에 찍었던 실제사진을 참조해서 만든 인체조각에서도 드러난다. 이 작품은 이용덕 스스로 이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작업의 출발은 내 작업의 개념을 총체적으로 구축하는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는 주말마다 열리는 독일 베를린의 벼룩시장에서 어느 초등학교의 남학생 반 입학사진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 사진 뒤에 적혀있던 <kl.k.7d 24.10.1920, Berlin>은 그 사진을 찍은 날짜와 장소, 대상을 말해준다. 나와 그 사진의 만남은 특별한 연관이나 인과관계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우연하게 이루어졌다. 나는 그 사진 속의 소년들에게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그 사진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5)
역상조각과 사진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두 매체 모두 퍼스가 주장했던 대상의 지표적 특징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퍼스가 인덱스(index)라고 말했던 ‘지표’는 연기를 보면 불이 난 것을 알 수 있고, 발자국의 흔적, 지문, 엑스레이 영상기록 등을 통해 누군가의 신원을 알 수 있듯이 지표적이란 실제 사물의 정체성이나 실제 사물의 물리적 대상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부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흔적을 통해서 실제 사물이 한때 존재했던 순간을 추적할 수 있으니 인덱스(지표성)는 대상의 정체성(identity)을 말해준다. 미술사학자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는 현대미술에 나타나는 지표성을 가장 먼저 작품으로 제작한 사람이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지표성에 대한 논고: 1970년대 미국미술」이라는 글에서 뒤샹이 제작했던 <너가 나에게/너가 나를(Tu m’, 1918)>을 “지표의 파노라마”라고 표현한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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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Lee Yong Deok in Conversation with Biljana Ciric, Lee Yong Deok, Exhibition Catalogue, Seoul: Pyo Gallery, 2009,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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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lind Krauss, “Notes on the Index: Seventies Art in America, ”October, Vol. 3(Spring, 1977), pp. 68-81.
이용덕의 역상조각이 포착하고자 했던 이러한 지표적 “순간”은 1912년을 시작으로 1968년 작고할 때까지 뒤샹이 기록한 46개의 낙서종이(퐁피두센터소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앵포르망스(informince)’와 같은 원리를 지닌다. 뒤샹은 ‘앵포르망스’는 말할 수 없는 미묘함이나 미세함을 의미했지만 정의할 수 없고 오직 예시를 통해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방금 뜬 자리의 따뜻함”이나 벨벳바지를 걸으면서 내는 휘파람 소리, 또는 같은 주형에서 나온 두 개의 물체, 거울, 유리로부터의 반사 등을 의미한다고 뒤샹의 아카이브를 독해한 폴 마티스(Paul Matisse)는 설명하고 있다. 뒤샹의 앵포르망스는 순간적이며 찰나적으로(ultra-thin) 존재하는 것이며, 너무 육안으로 쉽게 볼 수는 없으나 스쳐 지나가는 순간(fleeting moment)을 포착하는 것으로, 이용덕의 앵포르망스는 인덱스적인 파노라마를 통해 역상조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용덕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길거리에서 편하게 산책하는 사람들이나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상적인 사물들은 순간이 만들어내는 ‘앵포르망스’의 미세하고 섬세한 찰나를 조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움직임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며, 2008년도에 제작된 <Dancing 085181>, <Going085181>, 나아가서는 2009년대에 다수 제작되는 <synchronicity> 시리즈의 작품들도 이러한 순간들의 조각적 기록인 셈이다.
이용덕은 그동안 인체조각을 통해 조각의 역사에서 주목했던 영원하고 불멸의
상징성(symbol)을 포기하고 찰라적인, 혹은 비어있고 채워져 있는 전이의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The Threshold>는 전이의 공간에 서있는 이용덕의 모습으로 보인다. 또한 초기작업으로 설명한 <하늘에 말뚝 박기>, <땅으로부터>등과 같은 실험에서 등장한 공간과 시간연구가 역상조각을 통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진의 지표적인 특징을 조각작업으로 표현한 이는 작가의 몸을 직접 캐스팅해 조각으로 본떠 만들었던 안토니 곰리의 조각, 의자 하단의 빈공간을 캐스팅해 각기 다른 100개의 의자를 만든 브루스 나우만의 <무제 (100개의 공간) Untitled (One Hundred Spaces)>(1995, Resin,100 units; overall dimensions variable), 레이첼 화이트리드의 <Ghost>(1990, plaster and stee lframe)가 있으며 이들의 작업과 이용덕의 작업을 서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7) 때때로 사물은 외양의 모습보다는 사물의 보이지 않는 이면, 이용덕의 용어대로 “역상(Inverted Image/Figure)”를 통해 인간과 사물, 인간/비인간의 정체성과 리얼리티를 더 많이 드러낸다.
지표적 특징을 내세운 이용덕의 역상조각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의 조각이 재현의 논리에
갇혔던 한국의 구상조각이나 전통 인체조각에 균열을 내는 개념적, 시각적 방식으로, 그는 오직 그 틈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그 틈은 그를 한국의 조각가들 보다는 시대적 간극에도 불구하고 ‘지표성’을 통해 뒤샹과 비평적 관계를 띤다. 재현적 요소를 띠는 조각적 속성과 지표적 특징 사이의 떨림이나 진동성은 그의 역상조각에서 비평적, 개념적 여정으로 작동한다면, 나우만과 화이트 리드와 현대조각가들은 사물이나 사물이 놓인 장소 그 자체에 몰입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뒤샹이 죽기 직전에 제작한 작품인 <내 빰에 내 혀를(With my tongue in my cheek)>(1956, 퐁피두 센터소장)은 퍼스의 기호학적인 해석으로 보면, 회화의 재현논리에 따른 닮음에 근거한 얼굴의 측면모습과 석고로 캐스팅해 만든 (지표적 특징을 반영한 혀) 작가자신의 ‘혀’를 서로 중첩해 초현실적인 앵포르망스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개념적으로 유사한 비평적 방법론이 이용덕의 역상조각에서 작동한다. 이용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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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교는 다음 글에서도 보인다: Kate Lim, “Narrative of the Inverted Existence, ” in Lee Yong Deok,
뒤샹이 마무리하지 못했던 지표적 특징의 흔적들을 역상조각이나 <mirroring> 이미지들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밀고 나감으로써, <oscillating bride 094181>라는 2009년 작에 이르게 한다. 이용덕은 그의 역상작업을 negative, double negative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inverted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과 연관되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신발주머니를 뒤집어 보았던 호기심이나 인화된 사진이나 햇빛에 비친 사물을 관찰했던 기억을 통해 사물의 미세한 흔적이나 보이지 않는 사물의 ‘상’에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조각의 표면을 현재라는 선적인 시간성으로 규정하고 ‘역상’을 통해서 이미지의 이면 속에 숨겨져 있는 속성들을 사진적 과정과 결합시켜 그 특유의 방법론을 구현해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 소개:
정연심은 홍익대학교 미술사 및 이론학과 교수이며 뉴욕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전에는 뉴욕주립대 FIT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0년에는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 회고전의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18~19년에는 뉴욕대학교 미술대학의 풀브라이트 펠로우이자 방문 연구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2026년 페이돈에서 출간 예정인 책을 위해 한국 단색화와 실험미술의 교차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녀는 1953년부터 한국 미술을 공동 집필하고 공동 편집했다(충돌, 혁신, 상호작용(Phaidon, 2020) 공동 집필). 2018 광주비엔날레의 공동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 설치미술』(2018), 『현대 공간과 설치미술』(2015)가 있으며, 김환기. 김창열, 박서보, 이우환이 주고받은 편지를 다룬 영문 저서가 2025년 뉴욕에서 출간되었다.(뉴욕, 밀러출판사 2025)
